완전초보..소설/새샘어린이집

새샘어린이집.....3회

댄스댄스 2006. 4. 26. 16:14
3.
먼과거의 일이고, 이젠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라고 지영은 스스로에게 자꾸 위로를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도 만나고...김선미라는 여자와도 만나고...
1년을 끌었으니...한쪽을 정리해야 겠다고 생각을 했을것이고.
그게 나라니...
지영은 약이 올랐다.
이제 어떡할까...
민규한테 아빠전화번호라도 물어볼까...
전화해서 한바탕 욕이라도 해줄까...
그래...지금 그렇게 행복하냐...
나..원...참...어이가 없네...등등

지영의 머릿속은 온통 정의찬에게 내뱁는...
혼자서만 알수 있는 말로 가득찼다.

지영은 '정의찬' 아니 민규아빠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야 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쯤이야 우습지...

월요일...수업시간
'얘들아...오늘은 컴퓨터로 명함한번 만들어 보자...'
'선생님 명함이 뭐예요??'
'음...명함은 말이지...자기이름이랑 전화번호를 적어서 갖고 다니는 작은 종이야'
'왜 갖고 다녀요??'
'음...친구한테 우리집 전화번호 알려주려고...'
'왜 알려 줘요...??'

아이들의 황당한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아무래도 오늘은 명함만들기가 힘들것 같다.
그래서 지영은 아이들에 숙제를 내기로 한다.
'선생님이 명함 만들어 줄테니깐, 전화번호 꼭 적어와야 해...'
'엄마가 핸드폰으로 전화하라고 했어요...'
'그래...선생님이 엄마핸드폰...아빠핸드폰 둘다 프린트해줄테니깐...다 적어와...알겠지...얘들아!!!'
'우리 엄마는 핸드폰 없어요.'
'괜찮아...아빠핸드폰전화번호만 적지 뭐...'
'네 네 네 네'

전화번호를 알고 난 후 어떡할까??
진짜 전화를 할까...??말까...??
지영도 망설였다.

목요일...수업시간
민규는 다행히도 엄마,아빠 핸드폰전화번호를 다 적어왔고,
지영은 정의찬 핸드폰전화번호만 메모를 했다.

언제 전화를 하지...
점심때 할까...........(점심먹은거 다 체해라)
저녁때 할까...........(꿈자리가 뒤숭숭할껄)
월요일에 할까.........(일주일을 확 망쳐버릴껄)
금요일 저녁에 할까...(주말이 고단할 것이다)

근데...
전화해서 뭐라고 한다고 했지...??
잘 지내냐고...(이건 의도했던 바가 아니다)
너 어떻게 양다리를 걸칠수가 있니...(애들도 아니구...내가 너무 유치하다)

틈만 나면 이것저것 잡념들로 가득찮던 머리속을...
이게 아닌데...하며
결국 지영은 전화하는 것을 포기했다.

컴퓨터 시간이 제일 좋다는 민규얼굴을 생각하면,
그냥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 가정에,
괜히 파장을 일으키고 싶지가 않았다.

그저 그런 기억의 저편에 서 있었던 사람으로 기억하자.
잊혀지지 않는데도 할수 없는거고..
그냥 웃고 있는 민규얼굴만 생각하자..

한때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내 인생 테두리안에 있었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내 인생에서 제외시켜도 무방한 사람이 되어버려잖아.
지금에 와서 내인생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려잖아.
인연이란...
처음이 아닌...끝에 하는 말이라잖아.
그래...인연이 아닌가 보다...

지영은 속이 쬐끔은 쓰리지만, 포기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니깐, 민규도 대하기가 한층 수월해지고 있었다.

근데...
정의찬을 만나야 될 상황이 생겨버렸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