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초보..소설/새샘어린이집

새샘어린이집.....4회

댄스댄스 2006. 4. 26. 16:15
4.
어린이집에서 부모님 참관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요즘은 유치원,미술학원,어린이집 할것 없이
아이들 관련 교육이 많이 확대된듯하다.
영어강사, 발레강사, 체육강사, 한문강사, 컴퓨터 강사등등.
대학교 못지않게 외부강사를 위탁해서 교육하는 곳이 많이 있다.
거의 필수다.

아니나 다를까...
새샘어린이집도 외부강사가 강의하는 과목을 대상으로
부모님 참관수업이 있다고 했다.
2주후 토요일에 할 예정이니 준비를 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지영은 알았다고는 했지만,
수업보다는 정작 '정의찬'에게 신경이 더 쓰였다.
그사람이 올까...??
토요일 오후에 참관수업을 하는 이유가 다 있겠지.
지금은 아이들 교육에 부모가 많이 참여한다고들 하지.
지영은 얼마전...
오빠가 조카들 재롱잔치에 가서 비디오 찍는다고 캠코더를 장만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확률은 50%다.
만날 경우를 대비하자.

어떻게 인사를 할까..??
먼저 아는척을 해야 하나..??
와이프한테도 인사를 해야 하나..??
무슨 말로 인사를 하지..??
민규가 아들이었냐고...어~~머~~..몰랐다고 할까..??

지영의 머릿속은 다시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더이상 노래질수 없을정도로 노란 은행잎이 약간의 바람에도
연약한척 나부끼고 있었다.
총명한 가을날씨는 한층 지영의 마음을 열받게 만들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지영의 시선은 모든것을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원장님께서 이미 학부모가 앉을 자리를 정돈하고 계셨고,
선생님얼굴이 잘 보일수 있도록 자리배치를 했노라며....
지영의 속도 모르는 원장님은 '잘 좀 부탁합니다'라는
말도 곁들이셨다.

학부모들이 한두명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고모, 이모,
사촌, 삼촌, 큰아빠, 큰엄마.....등등
서로들 반갑게 인사들을 나눈다.
'안녕하세요...찬미엄마에요...'
'네. 안녕하세요...저는 다빈이 엄마에요. 다빈이가 찬미랑 제일 친하대요...'
'언제 점심이나 같이 해요...'
'그래요...집도 가까운데...'
'이쪽은 애 아빠에요...'
'안녕하세요...'
다들 처음 만나는 엄마들 아빠들 이지만, 서먹한 시간은 잠시 스칠뿐이었다.
자식들이 친구면....부모들도 친구가 된다지 아마...

40분의 수업이 시작됐다.
정의찬의 모습은 아직까지 보이질 않았다.
30분쯤 지났을까??
와이프로 보이는 여자와 민규 할머니쯤으로 보이는 분과 함께 있는 모습이
지영의 눈에 들어왔다. 순간 지영은 보드마카를 떨어 뜨렸다.

과연을 나를 알아볼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를 의식하고 있지는 않은듯 해 보였다.
그렇다면 나를 모를는 거야...
잊혀진 여자가 제일 불쌍하는 말도 있는데...
그럼 내가 제일 불쌍한 사람이 된거야...

어쨌든 수업은 끝이 났고, 학부모들은 박수를 쳐 주고 있었다.
원장님은 다음은 영어연극시간이라며, 옆 교실로 학부모들를 안내하면서 빠져 나갔다.
지영은 의자에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때, 민규가 지영을 불렀다.
'컴퓨터 선생님....우리 할머니, 엄마, 아빠에요...'
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애써 웃음 지어보이며 말을 했다.
'안녕하세요...'
'민규가 워낙 컴퓨터를 좋아해서요...컴퓨터 시간이 제일 좋대요...'
'그래요...민규가 컴퓨터를 잘해요...근데 너무 많이 시키지는 마세요...'
'네...그렇게는 하고 있는데...워낙 애가 게임을 좋아해서...'
'.....'
'.....'
잠시 침묵이 흘렀고....
민규네 식구는 옆강의실로 갔다.
그떄도 여전히 정의찬은 민규를 흐뭇하게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정말로 나를 잊은걸까??
정의찬의 얼굴에는 약간의 당황스러운 표정도 없었다...
오로지 민규가 대견스럽다는 표정뿐....입가에 미소뿐...
눈물이 나오려 했다.
서둘러 컴퓨터실을 정돈하고, 어린이집을 나왔다...

하늘이 높다.

하늘이 파랗다.

지나가는 구름이 이쁘다.

날씨까지도 지영을 위로하려 들지 않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