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해야 안다

몇 해전부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말은 종로의 단골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곳에서 원고도 쓰고 손님이 많으면 카페를 봐주기도 한다. 이제는 거의 습관이 되다시피 한 일상이 되었다.

 

카페에 있다보면 젊은 커플 손님들을 많이 보게되는데 구경을 하는 재미가 제법 괜찮다. 보고 있으면 닭살이 돋을 정도로 가증스러운 커플(정말 낯간지럽다)이 있는가 하면 둘이서 오붓하게 회화학원을 수강하고 나서 복습을 하는 커플...등등.

 

그 중에서 제일 재밌는 것은 사랑싸움을 하는 커플들이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나는 구경이 불구경이랑 싸움 구경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뭐 그렇다고 날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길. 커플들이 싸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많은 것이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것이다.

 

"야, 너 그것을 꼭 말로 해야 알아!"

 

시작은 이렇다. 카페에 오는 커플뿐만 아니라 다른 연인들도 가끔 이런 이유로 싸움을 할 것이다.

모든 것을 말을 하지 않고도 이심전심으로 서로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그것만큼 이상적인 관계가 또 있을까마는 사람이 독심술을 하지 않는 이상, 어디 쉬운 일인가. 아무리 가까운 사이에서도 비밀이 많은 법인데..

 

그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고 불만을 품는 일이 더러 생긴다. 뭐, 수십 년을 함께 보낸 부부들은 서로의 얼굴만 봐도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안다고 하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예외적인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무엇을 하든 믿음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피치 못할 일로 바쁘게 되어 연락을 못하더라도 '무슨 사정이 있겠지'하는, 나 아닌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을 목격하거나 누군가에게 들었어도 '아무 관계가 아닐 거야'하는 등등.. 굳이 내가 일일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오직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사랑은 이상이지만 한편으로 현실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싸우는 이들에게 나는 이런 충고를 한다.

 

때로 말로 해야 안다. 그것을 불편하게 여기지 말고 모든 것을 말해줘라.

 

상대를 답답하게 여기기 전에 먼저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자. 무조건적으로 나를 믿어라, 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고 이기적인 생각이다. 상대에게 내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배려다. 혹여, '나'의 태도에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말을 적게 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기는 조선시대가 아니다.

 

감정의 표현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품고 있는 고민들이나 그(녀)가 답답해할지 모르는 일들.. 속시원하게 말해줘라. 그러면 적어도 그런 이유로 싸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 사실은 이런, 이런 일이 있어.
-지금 내 마음이 이렇거든.
-내가 요즘 바빠서 연락을 못할 것 같아.

 

이제는 원망하려 들지 말고, 먼저 마음을 열고 말하면 상대도 내게도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말을 해주지 않아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해줘야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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