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팔이 다 나을 때까지 기쁨조가 되어 주겠다며,
의찬은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왔다.
6년전에 끝났던 데이트가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의찬과 지영은 함께하는 시간들이 즐거웠다.

토요일 오후...
의찬과 지영은 백화점에서 영화를 본후,
백화점 맨 꼭대기에 위치한 옥상공원으로 올라갔다.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함께 벤치에 앉았다.

'바람이 차갑다.'
'조금만 앉았다가...저녁먹으러 가자.'
'그래...'
'..........'
'..........'
'..........'
'..........'
'...민규엄마하고는 연락 돼...?' 지영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일찍도 물어본다....않돼...별로 하고 싶지도 않구.'
'그때 많이 힘들어겠다.'
'지영아...음...애써서...나를 위로하지 않아도 돼.'
'어....'
'위로 받을 만큼...상처입지 않았어.'
'..........'
'내년부터는 민규랑 같이 살려고 준비하고 있어.'
'..........'
'다음주말에는 민규데리고 대구에 있다 올거 같아'
'..........'
'민규도...내가 누구인지...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기간이 필요할꺼야.'
'..........'
'춥다...저녁먹으로 가자.'
'어...그래'


1주일이 지났다.
의찬과 민규생각으로 온 정신을 쏟아붓지는 않았지만,
지영은 그래도 틈틈히 시간을 할애했다.


///////////////////////////[지영의 마음속...생각]/////////////////////////////

누군가에게 들었다.
어떤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은 아주 중요한 거라고.
하지만...때론 주관적인 시각에서 사물이나 사건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예를 들자면...
요사이 흔한일이 되었지만,
카페한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면 잡담하는 여자들이 있다고 하자...
그래...여자도 담배를 필수 있지...
하지만...그 담배피우는 여자가 내 동생이라면...내 조카라면...
조금은 감정을 억제하기가 힘들어 질것 같다.

아는 사람이 이혼을 했다.
그럼...행복하지 않은 결혼이라면 종지부를 찍는게 낫겠지...
하지만...그 대상이 내 오빠라면...
한번더 새언니를 찾아가 설득을 시켜야지...조금만 참아달라고...
애들은 어떻게 할 거냐...
재산 두동강이 나고...얘들 양육비 줘야 되고...
오빠가 불쌍해서...머리 큰 후...오빠를 위해서 첨으로 울어도 봤다.

아이를 입양해서 훌륭하게는 아닐지라도,
사회의 한 일원으로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해외 입양부모를 심심치 않게 봐 오곤 한다.
아무나 못하는 일이다.
정말로 위대한 사랑은 이런거다...라는 것을 직접 몸으로 보여 준 사람들이다.

의찬을 사랑해서 그를 선택한다면,
당연히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치부까지도 사랑할수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사랑이 되어야 겠지.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서...객관적인 시각으로 볼수없는 일이 되었다.
과연...민규까지도 포용하면서...의찬을 사랑할수 있을까...
사랑에도 크기가 존재한다면,
지영은 자기는 아직까지는
사랑을 담을수 있는 플라스틱 그릇을 가졌다고...생각했다.
절대 커질수 없는 그릇...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 그릇이...커다란 장바구니로 바뀔지...어떨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씩 노력하겠노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

토요일 오전. 의찬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해...?'
'그냥...있어.'
'..........'
'언제 올라왔어...?'
'어젯밤 늦게.'
'그래....'
'오늘 오후 4시 기차타고 대구 내려 가...'
'..........'
'지영아....나....너...올때까지....기다리고 싶은데....'
'..........'
'않될까....?'
'의찬씨....음....1년후에도 내가....의찬씨랑 민규가 보고 싶으면 그때 연락할께.'
'..........'
'조심해서 내려가...'
'..........'
'..........'
'그래...끊는다...'

전화를 끊고 난 후, 지영은 물통하나를 들고...약수터로 향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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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주일정도 병원에 입원하고,
그 이후...한달 정도 통원치료를 하라는 진단이 나왔다.
다리는 약간의 찰과상정도였지만,
왼쪽팔이 조금 금이 갔다.
다행히도 뼈가 부러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지영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깁스를 했다.

팔을 다치고 나닌깐, 불편한 점들이 많이 있었다.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머리감고, 화장실가고,컴퓨터 하고 등등...

손가락 열개가 하던일을 다섯개가 하려니 아마도 힘들겠지.
다치지 않은 오른손가락 다섯개의 입장에선 혼자서만 감당하기엔 과중한 업무일거고.
가끔은 과로가 누적이 되서인지...젓가락질도 잘 되지 않는다고...반항을 하기도 했다.

입원첫날, 민규네 가족이 다녀 갔고
이틀째 되는 날은 정의찬이 찾아왔다.

'자주본다...'
'그러네...회사는...?'
'본사 핑계대고...나왔어...깁스를 한거 보니깐, 많이 다친 모양이다.'
'금방 풀수 있대...이렇게 찾아올 정도는 아닌데...'
'내가 온게 반갑지 않다는 소리처럼 들린다...서운한데...'
'뭐...그냥...알아서 들어...'
'민규때문에 다쳤다기에...'
'삼촌이...조카...엄청 챙기네...'
'그렇게 됐다...'
'커...피...한...잔... 할래...?'
'사주면 먹지...'
의찬은 커피를 먹은후, 퇴원날짜를 물어보고는 갔다.


며칠후,
지영은 깁스를 한채, 많지도 않은 짐 몇가지를 가방에 넣은 후,
퇴원 소속을 하기 위해, 1층 원무과로 내려갔다.

'병원비 계산좀 해주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서지영이요...'
'주민번호도 알려주세요...'
'701111-.....'
'잠시만요.'
지영은 가방에서 의료보험카드를 꺼냈다.
'이미 계산하셨는데요...'
'네...?누가요...?'
'그건...잘 모르겠구요...이미 계산끝났습니다.'
'언제요...?'
'방금전이요...'

지영은 집으로 전화를 했다.
엄마는 계산한적 없다고 하며, 빨리 집으로 오기나 하라고 했다.
머리속으로는 계속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병원현관앞에 이르렀을때,
의찬을 만났다.

'야...정의찬...너 왜 이래...?'
'병원비 많이 안 나왔어.'
'그걸...왜...? 의찬씨가 내고 있어...?'
'저쪽 벤치에 잠깐...앉았다 가자...'
지영은 의찬에게 등 떠밀듯이 벤치에 가서 앉았다.

'화났니...?'
'계좌번호 얘기해. 부쳐줄께.'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내가 좀 민밍해진다...민규때문에 다쳤잖아...그래서...'
'.......'
'지영아....잠깐만...아주 잠시만...이렇게 앉아 있다 가자.'

높은 가을 하늘의 정가운데 있는 햇살이 두사람의 등을
따뜻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지영은 등의 따스함이 가슴으로 전해져 오고 있음을 느꼈다.
더불어 지영은 화가 조금씩 누구러지고 있었다.

'근데...나 조금 궁금한거 있어...물어봐도 돼..?'
'물어봐...'
'의찬씨...몇형제야...?'
'밑에 남자동생...하나...쌍둥이...'
'그래...?'
'근데...그건 왜..?'
'민규가 의찬씨...조카 맞지...근데...어떻게 김선미선생님한테도 조카가 될수 있지...?'
'지영아...혹시...누구한테 얘기 들은 거 있니...?'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이 민규가 조카라고 하더라구...'
'.....' 의찬은 정면을 응시했다.
'뭐...굳이...얘기하지 않아도 돼...'
'......'
'자꾸만...민규와 관련된 일이 생기다 보니깐...'
'지영아...너...미혼모라고 알...지...?'
'미혼모...?'
'음......나는 아빠니깐...미혼모가 아니라...미혼부가 맞겠지...'
'뭐...?'
'민규...내 아들이야...'
'뭐라구...?'

의찬은 그저 앞만 보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차마 못할 말을 하는 사람처럼...표정이 무겁지도 않아 보였다.
그저... 있는 사실을 옆사람에게 전달하는 것 처럼...
놀란건...지영이었다.

'야...정의찬...너...나 놀리는 거 아니지.'
'내가 그렇게 할일없어 보이냐...이런거 가지고...너나 놀리구...'
'어후...뭐야...어떻게 된 거야...'
'여태까지...동생네가 민규 엄마아빠 노릇을 톡톡히 했지.'
'......'
'제수씨가 임신을 했어...결혼 6년만에...그틈을 비집고...민규가 있었던 거지.'
'......'
'이젠...궁금한거 다 해결됐냐...서지영?'
'6년전이면...나랑 헤어질때쯤 아니야...'
'맞아...그 상황에서...내가 어떻게 너를 볼수가 있었겠니...?'
지영은 할말을 잃었다.
그냥...눈썹에 힘이 들어갔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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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지영은 점심을 먹고 난후, 수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119구급차 사이렌이 울리더니, 소방관이 들것을 들고
컴퓨터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왔다.
지영은 복도로 나가보았다.
소방관이 들어간 교실은 연호네반이었고,
들것에 실려 나온 사람은 연호 담임선생님...김선미였다...

지영은 옆교실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무슨일이에요...?'
'어렵게...임신했는데...'
'그래요...'
'첫 임신이라구...엄청 좋았했는데...별일없어야 할텐데...'
'첫 임신이요...?'
'결혼 6년만에...애기 가졌어요...아주 힘들게...병원 다니면서...'
'....'
'걱정스럽네...'
지영은 민규가 생각났다.
'6살난 아들이 있지 않나요...?'
'아들...?...아...그 애요...그 아이는 조카일꺼예요...'
'네!!!'

앞뒤가 맞지 않았다.
분명, 민규는 삼촌하며...정의찬을 불렀었는데...
궁금은 했었지만, 차라리 모르고 싶었다.
근데...
지영이 모르고 싶어도, 자꾸만 궁금해 하라고 주위에서 참견하는 것 같았다.

오후 수업이 끝날 무렵, 옆교실 선생님이 지영에게 핸드폰을 주며,
김선미선생님 전화라고 받아보라고 했다.

'선생님...김선미에요...'
'네...몸...좀...어떠세요...??'
'다행히...괜찮다고 하네요...'
'무리하셨나봐요...'
'별로..무리한거도 없는데...꼭 티를 낸다니깐요...'
'정말 다행이네요...'
'다름 아니라...부탁이 좀 있어서요...달리 부탁할만 곳도 없구...'
'뭔데요...?'
'민규를 데려와야 하는데...민규할머니도 병원에 계시구...'
'민규아빠 있잖아요...'
지영은 자신만 눈치챌수 있는 짜증섞인 억양으로 대답했다.

'지금 원주에서 올라오고 있는 중이거든요...부탁드려도 되나요...?'
'몇시까지 봐주면 되나요..?'
'늦어도 저녁 9시까지는 민규아빠가 도착할수 있을 거예요...'
'그러죠...뭐...'
'나중에 식사대접 할께요...'

지영은 학교가 끝나자 마자, 새샘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민규가 놀라지 않도록...지영은 조근조근하게 얘기를 했다.
'민규야...오늘 선생님이랑 저녁먹구...영화보러 갈까...?'
'무슨영화요...?'
'선생님이 니모(물고기 애니메이션 영화)보여줄께...너...그거 봤니?'
'아니요...'
'그거...되게...재밌어...'

지영은 김선미에게 전화를 해서,
민규와 함께 저녁 먹고, 영화보고서 집에 데려다 주겠노라고 연락을 했다.

저녁 9시쯤이 되서야 민규집에 도착을 했다.
민규는 조금 피곤한 기색이었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정의창이었다.
고맙다고...들어와 차 한잔하고 가라는 말을 뒤로 하고
지영은 애써 사양하며...아파트를 나왔다.

가을바람이 좋았다.
이쯤해서 정의찬과 관계되는 일들이 없었으면 했다.
더이상은...없었으면 했다.

저멀리 막대기 신호등의 초록색이 3칸 남았다.
건널까...말까...건널까...말까...
뛰었다.
횡단보도 중간쯤 왔을때 초록색이 1칸 남아 있었다.
뛰었다.
신호등의 초록색이 없어졌다.
이제 인도로 올라 서기만 하면 되었다.

꽈당...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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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날 저녁 7시경에 의찬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녁먹었니...?'
'응...먹었어..'
'지금 대구로 내려가려고...잠깐 볼 수 있을까...??'
'....'
'대답이 없네...'
'조심해서 내려가...'
'...그래...'

지영은 전화를 끊었다.
못만날 이유도 없었지만....그렇다고....딱...만날 이유도 없었다.

그 이후...지영은 새샘어린이집을 그만 두고,
초등학교 컴퓨터교사로 자리를 옮겼다.
어디에서 일하건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었다.
어린이집아이들을 가르칠때는 수업내용의 부담감은 없었지만,
아이들을 통제하기가 힘이 들었고,
초등학생들은 수업내용을 미리 준비도 해야 되고,
말도 듣지 않았다...하지만 말은 통했다.

또 비가 오고 있었다...
올가을은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토요일에 수업은 없지만,
지영은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무료로 컴퓨터를 가르쳐 주려고 출근을 했다.
수업이 끝난...토요일 오후...

'연호야...집에 가자...'
'네...선생님...이것만 마저 하구요.'
'너 지금 게임하면서...뭘 이것만 하구요.야...이녀석...'
'아이참...이길수 있단말이에요...'
'오늘은 많이 시켜준거야...교장선생님 아시면, 나도 짤려...'
'조금만요...오...'

그때 뒷문이 열리면서 누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연호 담임이에요...'
'아..네...안녕하세요.'
'무료로 컴퓨터 가르쳐 주신다고 해서...인사 드리려구요...고맙습니다.'
'괜찮아요...시간도 있고 해서..그런건데요...연호야...선생님 오셨어...인사해야지.'
연호는 담임선생님을 한번 쳐다본후,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고개만 꾸벅하며 인사를 했다.

'지금...스타크래프트하고 있거든요...'
'우산이 없을 것 같아서...가는 길에 데려다 주려구요...'
'네...'
'연호야...이제 집에 가자...집까지 데려다 줄께...비가 그칠것 같지 않아...'
'네...' 게임을 못하게 된 연호는 시큰둥한 표정을 하며, 주섬주섬 책가방을 챙겼다.

지영도 컴퓨터실 정리를 한 후, 연호와 담임선생님과 함께 복도로 나왔다.
'근데...컴퓨터 선생님. 낯이 많이 익네요...'
'제 인상이 원래 그래요...그런말 많이 들어요...'
'그래두...어디서 본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인상 좋은 거구...나쁜게 말하면...개성 없는 얼굴이구요...'
'맞다...민규 컴퓨터 선생님...'
지영은 놀라 멈춰섰다.
'얼마전에 새샘 어린이집에서 뵙잖아요...'
'그렇군요...맞아요...민규 어머님이시죠...'
'반가워요...선생님...'
'네...'
지영은 애써 웃고는 있었지만,
어린이집보다 학교생활이 더 팍팍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민규얼굴을 보면, 정의찬이 자꾸 생각날 것 같아서 어린이집을 관두었는데....
더 큰 눈덩이가 되어서, 지영을 향해 굴러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민규 할머니는 퇴원하셨어요...?'
'어떻게 아셨어요...?'
'(잠시 머뭇거리며....) 그때...민규가 얘기해서...'
'네에...많이 나아지셨는데...아직도 병원에 계세요...'
'네...가볼께요...연호야...잘가...'
세사람은 교문 앞에서 헤어졌다.

민규가 아니라...민규엄마를 보며...생활해야 될걸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했다.
그렇다고...관둘수도 없고...
산넘어 산이다...
설상가상이다...
뒤로 넘어졌는데 코가 깨졌다.
도망친곳이 호랑이 굴이라니....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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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년전...늦가을...이야기...]

의찬과 지영은 함께 영화도 보고...점심도 먹고...쇼핑도 하면서
일요일을 함께 보내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엄마...왜....?'
'의찬아...너 지금 어딨니...??'
'지금 지영이랑 놀구 있지...오늘은 일찍 들어갈께...'
'지금 당장 들어와야겠다.'
'무슨일 있어...?'
'들어와 보면 알것 아냐...당장 들어와.빨리...끊어.'

의찬은 핸드폰을 끊고 난 후, 지영에게 말했다.
'집에 가봐야 겠는데...'
'왜??'
'엄마가 많이 화나신 모양이야.'
'왜??'
'잘 모르겠네...아무튼 집에 가봐야 겠다...전화할께...잘가라..'
'그래...알았어...'

의찬은 지영과 헤어진 후, 서둘러 집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서니 거실에 백일쯤 된 남자아이가 포대에 싸여 잠들어 있었고,
엄마는 쇼파에 앉아서 바깥 베란다를 쳐다보고 계셨다.

'의창이 나갔어...??'
'너 일루와서 앉아봐...'
엄마는 의찬의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의찬을 잡아 끌었다.

'근데...얘는 누구야..?'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이..놈..아..'
'뭘???'
'도대체...이...애...누구야...?...어떻게 된 거야??'
'이애가 누구냐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방금...이..애.. 할머니가 다녀갔어...니가 아빠라며...'
'무슨 소리야...엄마...'
'너..너..문희가 누구야...문희라는 애 알어??'
'문희...??'
'알아..?? 몰라..??'
'초등학교 동창이야...'
'아이고...이 놈아...'
엄마는 흥분을 하셨는지...의찬의 등을 때리시며...우셨다.
'내가 너희 둘을 어떻게 키웠는데...'
'뭐야...어떻게 된거야...문희가 왔었어??'
'사귈려면 곱게 사귈일이지...왜 여자애를 건들여...'
'울지 말구...자세히 얘기해봐...엄마'

의찬의 아들이라며...자기네는 못 키우겠다고...
키우기 싫으면 직접 고아원에 데려다 주라고 하면서,
아이를 놓고 갔다고...
엄마는 자초지종을 의찬에게 풀어놓았다.

믿기지 않았다.
남들 얘기로만 들었던 일들이 의찬에게 현실로 나타난 거였다.
6학년때 몰려 다녔던 친구들을 우연히 만났고,
술먹고...
노래방가고...
나이트장가고...
다들 즐겁게 놀았는데...그때 거기서 문희를 만났다.


의찬은 믿을 수가 없었다. 3일후면 첫 출근인데...
다음날...의찬은 아기를 데리고 유전자 검사를 하러 병원에 갔다.
1주일 후에 결과가 나왔지만,
결과내용은 의찬의 아들이 확실하다는 것을 한번 더 증명해 줄 뿐이었다.

의찬은 무척 혼란스러웠다.
엄마는 구만리 같은 아들의 인생 앞날에 재를 뿌릴 수는 없다며,
자신의 아들로 호적에 입적을 시켰고,
의찬은 지방에 자원에서, 도망치듯 대구로 내려가 버렸다.

그즘...
연락이 뜸해진 지영과의 관계도 소원해지더니...
아예 연락을 끊어 버렸다.

의찬은 모든게 싫었다.
갑자기 엉망진창이 된 듯 싶었다.
매듭을 풀지 못할 것 같았다.
엄마도...
의창이도...
지영이도...

싫었다...싫었다...싫었다...

1년후...쌍둥이 동생 의창이 결혼을 했다.

[6년전 이야기....끝]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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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정의찬과 정의창은 쌍둥이였다.
큰아빠인 정의찬은 민규의 삼촌이었고,
지금은 대구에 있어서 자주 얼굴을 볼수 없으며,
그리고 혼자 산다고 했다.
민규에게서 대강 들은 내용은 이러했다.

정의찬이 쌍둥이란 사실은 지영도 알지 못했다.
그냥 남자동생이 있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수 있었다.
왠지 웃음이 나왔다.
밥맛도 좋았다.
'그래...기억상실증이 아닌 이상 어떻게 나를 잊을수 있겠어...흥'
지영은 마냥 싱글벙글이었다.
그사람이 아직 혼자여서 기분 좋은 것도 있지만,
지영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해가며,
마음고생했던걸 생각하면...그냥 어이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며칠 후...
갑자기 비가 내렸다.
수업을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어린이집 입구에서 우산을 털며 걸어 올라오는 민규아빠를 만났다.
특별히 건넬 얘기도 없었고 해서, 계단 중간쯤에서 둘은 서로 가벼운 목례정도만 하고
스쳐 지나갔다.
서너계단을 내려 갔을까...?
'지영아...' 뒤에서 민규아빠가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지영...나... 의찬이야...'
지영은 발걸음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기억하겠니?? 나... 의찬이야...'

그때, 의찬을 발견한 민규가 뛰어 오고 있었다.
'삼촌...'
민규아빠...아니...정의찬 목에 매달리며 좋아했다...
'민규야...가서...가방 가지고 와...'
'왜...삼촌??'
'할머니가 병원에 가셨어...거기 가야되...'
'네...'

민규는 다시 어린이집으로 들어 갔고,
정의찬은 계단을 내려와 지영과 마주섰다.

'잘 지냈니??'
'응...'
'의창이한테 얘기 들었어...'
'그래..'
'엄마가 계단에서 잠시 삐끗하셨어...'
'...'
'서울 본사에 일도 있고...겸사겸사...민규 데리고 병원에 갈려고...'
'그래...'
'하나도 변한게 없네...'
'...'

이때, 민규가 내려왔다.
'우산 있니...?...갑자기 비가와서...'
'가져왔어...'
'여전하구나...그 준비성...'
'먼저 갈께...민규야... 잘가...목요일에 보자...'
'선생님...안녕히 가세요...'
지영은 민규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의찬을 한번 쳐다 본후, 어린이집을 나왔다.

정류장으로 향하는...
2차선 도로 길가에 늘어선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잎들이 노란 카펫을 깔아 놓았다.
지영은 카메라가 있다면 찍어두고 싶었다.
매년 가을마다 보는 풍경이건만,
오늘따라 더 운치있어 보였다...

5분쯤 걸었을까...자동차가 멈춰섰다...
의찬과 민규가 타고 있었다.

'전화해도 될까...??'

의찬이 말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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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다음날...
눈을 떴다. 왠지 몸이 이상했다.
늦잠을 잘 수도 있는 일요일 아침이건만, 추워서 잠을 잘수가 없었다.
엄마와 새벽에 목욕탕에 다녀 왔지만
지영의 몸상태는 여전했다.

'밥먹고 한숨 자고 나면 나아지겠지.'
지영은 서둘러 밥을 챙겨 먹고 다시 침대로 갔다.
....
....
....

얼마나 잤을까....
아까보다는 한결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지영은 물통하나 들고 약수터로 향했다.
어제일이 하나둘 스치듯이 지나갔다.

정의찬을 만났다. 그의 가족들도 만났다.

지영은 6년전의 그사람을 만났지만,
정의찬은 자신의 아들을 가르치는 현재의 선생님을 만났을 뿐이다.

기억속의 저편에....나를 묻어둘만한....
새끼 손가락....손마디만한 작은 공간도 허용치 않았다니....씁쓸했다.
그래...그냥 잊혀진 존재로 남기로 하자.
그래...잘 살아라...나도 잘 살으마...

저녁때쯤 지영은 친구 인숙이와 술한잔을 기울였다.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소주 한잔...
소주 두잔...
소주 세잔...
소주 반병...
소주 한병...
못먹는 술은 아니었지만 왠지 취기가 빨리 느껴졌다.
더 먹고 싶었지만...애기 엄마인 인숙을 더 잡아둘수가 없었다.

'지영아...결혼하면 안정된다고 하잖아...그 이유가 뭔지 아니?'
'뭔데??'
'지금 니가 겪고 있는 마음 고생을 안해서 좋다고 해서 그런거야.'
'...'
'이젠 이사람이 내사람일까?? 저사람이 내사람일까?? 고민안해도 되잖아.'
'...'
'너 한테 미안하지만...나로서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 고민은 되지 않는것 같다.'
'...'
'그냥 너 넋두리로 들어만 줄께...그리고 그냥 속 편하게 잊어버려...'
'...'
'서운하니?? 나도 이젠 연애감정따윈 잊고 산다...아줌마 다 됐지.'
'...'

상황이 역전이 됐다. 인숙의 넋두리를 지영이 듣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인숙이가 화장실에 다녀 오겠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가을 바람이 차갑게 스치고 지나간다.

지영은 핸드폰을 꺼냈다.
지영은 의찬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나 지영인데...기억하겠어?'
'네?'
'나 지영이라구...서지영...'
'누구신지?'
'진짜 너무하는군...민규가 다니는 어린이집 컴퓨터 선생님이라구 하면 알아듣겠어?'
'컴퓨터 선생님이요...아...네...안녕하세요..무슨 일로?'
'무슨 일로?? 야 정의찬...너 진짜 나 몰라?'
'민규 컴퓨터 선생님...'
'머리가 나쁜거니? 일부러 모른척 하는 거니?'
'저...무슨 일로...'
'석구오빠가 너랑 나랑 소개팅 시켜 줬잖아!!'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뭐!!!'

인숙이 다가왔다.
'얘...가자!!'
지영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순간이었다.
찰나였다.
'내가 지금 뭘 한거지...'
지영은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
'정의찬한테 전화를 하다니...'

지영은 내내 후회를 하면서 지냈다.

목요일...컴퓨터 수업시간.
민규를 쳐다볼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민규지만, 왠지 모든걸 다 알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지영은 제대로 수업을 진행할수 없었다.
말도 헛나오고...
목소리도 두개로 나오고...
민규눈을 애써 피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을 반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을때,
민규가 다가와서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컴퓨터 선생님...아빠가 이거 선생님 드리래요...'
'뭔데??'
'몰라요...'
민규는 편지봉투를 지영이 받자 마자 친구들에게 갔다.

지영은 봉투를 열어보았다.
명함한장과 메모지가 함께 들어있었다.
'혹시...선생님께서 제형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그래서 형 명함도 동봉합니다.'
지영은 명함을 보았다.
'롯데리아 대구 지사...과장...정 의 찬'

민규가 아들이 아니라 조카란 말인가???
아무튼 민규가 정의찬과 관계되는 것은 확실했다.

지영은 민규가 앉았던 컴퓨터를 다시 켰다.
다행히도 그림판에서 가족들 이름을 썼던 화일이 저장되어 있었다.

파일...
열기...
화일명... 민규네가족.bmp

모니터에 민규가 썼던...아니 그렸던 가족들 이름이 나타났다.
글자가 너무 컸다.
스크롤바를 내렸다.

정민규

김선미

그리고

정...
의...
창...

분명..

'정의찬'이 아니라 '정의창'이었다.

그때 민규가 아빠이름을 적을때 '정...의...차' 까지 보고는
지영 스스로 놀라 마지막 글자를 끝까지 않보았던 모양이었다.

모니터에는 분명...

'정의창'이 쓰여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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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린이집에서 부모님 참관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요즘은 유치원,미술학원,어린이집 할것 없이
아이들 관련 교육이 많이 확대된듯하다.
영어강사, 발레강사, 체육강사, 한문강사, 컴퓨터 강사등등.
대학교 못지않게 외부강사를 위탁해서 교육하는 곳이 많이 있다.
거의 필수다.

아니나 다를까...
새샘어린이집도 외부강사가 강의하는 과목을 대상으로
부모님 참관수업이 있다고 했다.
2주후 토요일에 할 예정이니 준비를 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지영은 알았다고는 했지만,
수업보다는 정작 '정의찬'에게 신경이 더 쓰였다.
그사람이 올까...??
토요일 오후에 참관수업을 하는 이유가 다 있겠지.
지금은 아이들 교육에 부모가 많이 참여한다고들 하지.
지영은 얼마전...
오빠가 조카들 재롱잔치에 가서 비디오 찍는다고 캠코더를 장만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확률은 50%다.
만날 경우를 대비하자.

어떻게 인사를 할까..??
먼저 아는척을 해야 하나..??
와이프한테도 인사를 해야 하나..??
무슨 말로 인사를 하지..??
민규가 아들이었냐고...어~~머~~..몰랐다고 할까..??

지영의 머릿속은 다시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더이상 노래질수 없을정도로 노란 은행잎이 약간의 바람에도
연약한척 나부끼고 있었다.
총명한 가을날씨는 한층 지영의 마음을 열받게 만들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지영의 시선은 모든것을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원장님께서 이미 학부모가 앉을 자리를 정돈하고 계셨고,
선생님얼굴이 잘 보일수 있도록 자리배치를 했노라며....
지영의 속도 모르는 원장님은 '잘 좀 부탁합니다'라는
말도 곁들이셨다.

학부모들이 한두명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고모, 이모,
사촌, 삼촌, 큰아빠, 큰엄마.....등등
서로들 반갑게 인사들을 나눈다.
'안녕하세요...찬미엄마에요...'
'네. 안녕하세요...저는 다빈이 엄마에요. 다빈이가 찬미랑 제일 친하대요...'
'언제 점심이나 같이 해요...'
'그래요...집도 가까운데...'
'이쪽은 애 아빠에요...'
'안녕하세요...'
다들 처음 만나는 엄마들 아빠들 이지만, 서먹한 시간은 잠시 스칠뿐이었다.
자식들이 친구면....부모들도 친구가 된다지 아마...

40분의 수업이 시작됐다.
정의찬의 모습은 아직까지 보이질 않았다.
30분쯤 지났을까??
와이프로 보이는 여자와 민규 할머니쯤으로 보이는 분과 함께 있는 모습이
지영의 눈에 들어왔다. 순간 지영은 보드마카를 떨어 뜨렸다.

과연을 나를 알아볼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를 의식하고 있지는 않은듯 해 보였다.
그렇다면 나를 모를는 거야...
잊혀진 여자가 제일 불쌍하는 말도 있는데...
그럼 내가 제일 불쌍한 사람이 된거야...

어쨌든 수업은 끝이 났고, 학부모들은 박수를 쳐 주고 있었다.
원장님은 다음은 영어연극시간이라며, 옆 교실로 학부모들를 안내하면서 빠져 나갔다.
지영은 의자에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때, 민규가 지영을 불렀다.
'컴퓨터 선생님....우리 할머니, 엄마, 아빠에요...'
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애써 웃음 지어보이며 말을 했다.
'안녕하세요...'
'민규가 워낙 컴퓨터를 좋아해서요...컴퓨터 시간이 제일 좋대요...'
'그래요...민규가 컴퓨터를 잘해요...근데 너무 많이 시키지는 마세요...'
'네...그렇게는 하고 있는데...워낙 애가 게임을 좋아해서...'
'.....'
'.....'
잠시 침묵이 흘렀고....
민규네 식구는 옆강의실로 갔다.
그떄도 여전히 정의찬은 민규를 흐뭇하게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정말로 나를 잊은걸까??
정의찬의 얼굴에는 약간의 당황스러운 표정도 없었다...
오로지 민규가 대견스럽다는 표정뿐....입가에 미소뿐...
눈물이 나오려 했다.
서둘러 컴퓨터실을 정돈하고, 어린이집을 나왔다...

하늘이 높다.

하늘이 파랗다.

지나가는 구름이 이쁘다.

날씨까지도 지영을 위로하려 들지 않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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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먼과거의 일이고, 이젠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라고 지영은 스스로에게 자꾸 위로를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도 만나고...김선미라는 여자와도 만나고...
1년을 끌었으니...한쪽을 정리해야 겠다고 생각을 했을것이고.
그게 나라니...
지영은 약이 올랐다.
이제 어떡할까...
민규한테 아빠전화번호라도 물어볼까...
전화해서 한바탕 욕이라도 해줄까...
그래...지금 그렇게 행복하냐...
나..원...참...어이가 없네...등등

지영의 머릿속은 온통 정의찬에게 내뱁는...
혼자서만 알수 있는 말로 가득찼다.

지영은 '정의찬' 아니 민규아빠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야 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쯤이야 우습지...

월요일...수업시간
'얘들아...오늘은 컴퓨터로 명함한번 만들어 보자...'
'선생님 명함이 뭐예요??'
'음...명함은 말이지...자기이름이랑 전화번호를 적어서 갖고 다니는 작은 종이야'
'왜 갖고 다녀요??'
'음...친구한테 우리집 전화번호 알려주려고...'
'왜 알려 줘요...??'

아이들의 황당한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아무래도 오늘은 명함만들기가 힘들것 같다.
그래서 지영은 아이들에 숙제를 내기로 한다.
'선생님이 명함 만들어 줄테니깐, 전화번호 꼭 적어와야 해...'
'엄마가 핸드폰으로 전화하라고 했어요...'
'그래...선생님이 엄마핸드폰...아빠핸드폰 둘다 프린트해줄테니깐...다 적어와...알겠지...얘들아!!!'
'우리 엄마는 핸드폰 없어요.'
'괜찮아...아빠핸드폰전화번호만 적지 뭐...'
'네 네 네 네'

전화번호를 알고 난 후 어떡할까??
진짜 전화를 할까...??말까...??
지영도 망설였다.

목요일...수업시간
민규는 다행히도 엄마,아빠 핸드폰전화번호를 다 적어왔고,
지영은 정의찬 핸드폰전화번호만 메모를 했다.

언제 전화를 하지...
점심때 할까...........(점심먹은거 다 체해라)
저녁때 할까...........(꿈자리가 뒤숭숭할껄)
월요일에 할까.........(일주일을 확 망쳐버릴껄)
금요일 저녁에 할까...(주말이 고단할 것이다)

근데...
전화해서 뭐라고 한다고 했지...??
잘 지내냐고...(이건 의도했던 바가 아니다)
너 어떻게 양다리를 걸칠수가 있니...(애들도 아니구...내가 너무 유치하다)

틈만 나면 이것저것 잡념들로 가득찮던 머리속을...
이게 아닌데...하며
결국 지영은 전화하는 것을 포기했다.

컴퓨터 시간이 제일 좋다는 민규얼굴을 생각하면,
그냥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 가정에,
괜히 파장을 일으키고 싶지가 않았다.

그저 그런 기억의 저편에 서 있었던 사람으로 기억하자.
잊혀지지 않는데도 할수 없는거고..
그냥 웃고 있는 민규얼굴만 생각하자..

한때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내 인생 테두리안에 있었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내 인생에서 제외시켜도 무방한 사람이 되어버려잖아.
지금에 와서 내인생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려잖아.
인연이란...
처음이 아닌...끝에 하는 말이라잖아.
그래...인연이 아닌가 보다...

지영은 속이 쬐끔은 쓰리지만, 포기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니깐, 민규도 대하기가 한층 수월해지고 있었다.

근데...
정의찬을 만나야 될 상황이 생겨버렸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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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7년전. 27살. 그해 가을의 끝자락.
사촌오빠의 소개로 그사람을 만났다.
첫느낌도 싫지 않았고...자연스레 다음 만남도 약속을 했고,
그러다 연인이 되었다.
집에서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엄마가 재촉을 했다. 집에 한번 데려와라...등등
결혼한 친구도 보자고 했다. 궁금하다고...등등
이런것들이 부담이 된 모양이었다.
그냥 그렇게...갈라섰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자나이 27살이면 한창인데 부담스러워할 만도 하다.


근데 6세반 민규가 그사람과 닮았다. 완전 축소판이다.
그럼 어떻게 된거야. 나랑 헤어진건 28살 초겨울이었잖아.
민규가 6살이니깐...나랑 헤어지자 마자 결혼한거야???
민규가 허니문 베이비...
그럼 또 어떻게 된거야...민규엄마를 언제 만나서 결혼한거야??
아무리 선봐서 결혼한다고 해도 한달만에 결혼성사가 되는건 무리인데...
시간상 너무 촉박한 간격인데...
그럼 또 뭐야....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거야???
어우~~~씨.....순 바람둥이였던거야???


여기까지 지영의 알리바이는 완벽했다...
이제는 민규의 아빠가 '정의찬'이란 사실만 알아내면 되는 거였다.
이미 '정'씨라는 성은 같다.

목요일...다음수업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이번에는 그림판에서 가족들 이름을 써보자고 했다.
지영은 아이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도와주고 있다.
그러면서,
민규가 쓰는 아빠이름에 온 시선이 집중되었다.
아니겠지...아니겠지...설마....
지영은 스스로에게 안심을 시키고 있었다.
만일 민규가 아빠 이름을 '정의찬'으로 쓰다면...
그럼 그때 그사람은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게 분명해 진다.
어떻게 나랑 헤어지자마자 결혼을 해서 아들까지 낳을 수 있었을까??

민규가 그림판에서 가족들 이름을 쓰기 시작한다.
먼저 자기 이름 '정민규'를 쓴다.
그 밑에 '김선미' 라고 쓴다.
지영이 가까이 가자,
'우리 엄마 이름이에요.'....친절히 설명까지 곁들인다.
'잘했어...민규야...그럼 그 밑에다 아빠이름도 써봐...'
지영은 은근히 민규를 채근했다.

민규가 아빠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정.......(여기까지는 확실한 거고)
ㅇ.......(이응을 쓰다니)
으.......(자리를 뜰수가 없었다. 지영은 민규뒤에서 꼼짝하지 않고 모니터를 뚤어져라 응시했다.)
의.......(세상에)
ㅊ.......(세상에나)
차.......(지영의 알리바이가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지영은 더이상 모니터를 쳐다볼수가 없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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