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사랑을 등산처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등산을 좋아한다.

 

요즘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산을 타지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아하는 취미생활 중 하나다. 언젠가 지인(知人)으로부터 등산을 왜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의 내 대답은 '그곳에 산이 있다'였다.

 

글쎄, 어떻게 보면 선문답을 하는 것 같은 말이지만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대답을 할 것이다. 특히, 남자의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남자들의 심리가 깔려있다.

언젠가 말을 한 적이 있지만 남자들은 자신의 연인을 말할 때, "내 것" "나의 여자"라는 식으로 소유격을 많이 쓴다. 물론, 여자들도 이런 표현을 쓰지만 그 의미가 조금 다르고 남자들의 그것보다 노골적이진 않다.

 

여자들은 '남자를 사로잡았다'라는 표현을 쓰지만 남자들은 '그녀를 정복했다'라는 표현에 가깝다.

아마도 그것은 남자들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지배욕, 혹은 정복의 욕구가 발현된 까닭일 것이다.

 

모든 수컷에게 원천적으로 존재하는 욕구일수도 있고 인류 역사가 남자에게 부여한 기본적인 속성일수도 있다. 짝짓기를 할 때 하나의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들이 서로 다투는 것처럼.

 

어떤 쪽이건 남자의 일생을 지배하는 힘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연애를 하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남자는 사랑을 등산처럼 한다.

 

그곳에 산이 있기 때문에 등산을 한다. 즉 산은 정복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등산은 오르는 과정이 힘들수록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이 큰 법이다. 등산로가 잘 닦여있어서 그저 경사가 조금 심한 계단을 오르는 기분이 든다면 그 느낌은 반감된다.

 

연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부러움을 살 정도로 미인을 얻고 싶어하는 심리도 허영심보다는 도전 욕구에 가깝다. 마치 산세가 험한 곳을 등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장애가 클수록 전의를 불태우는 것이 남자다.

 

그래서 남자들은 연애를 하나의 도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괜찮은 여잔데 한번 대쉬 해봐?

-그녀는 도전할 가치가 있어.

 

이런 말들은 잘 쓰는 쪽도 남자다.

 

도전욕이나 지배욕은 남자들의 기본 욕구다. 여담이지만 남자가 연하인 커플들 중에는 여자가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경어를 쓰는 모습을 종종 보게되는데 이 경우도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남자는 자신이 어리다는 생각이 강하게 느껴지면 상대적으로 그녀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된다. 그런 까닭에 여자에게 경어를 써주길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혼을 한 후에는 어떻게 되더라도, 남자는 연애를 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주도권을 갖고 싶어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선택받기보다는 스스로 선택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호감이 가는 이성이 생기면 그 형태가 소극적이건 적극적이건 먼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남자다. 어떤 남자는 고백은 남자가 먼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건 정말 남자들의 가련한 집착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던 남자들도 고백을 하는 시점에서는 망설이게 된다. 오히려 고백에 있어선 남자보다 여자가 더 대담한 모습을 보인다. 남자가 여자보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차후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그렇다고 해도 남자들은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평소에 호감을 갖고 있던 여자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남자들의 도전 욕구가 반감이 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거세를 당하는 느낌이랄까. 여자가 먼저 고백하면 안 된다는 말은 여기서 기인한 것이다.

 

물론, 모든 남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은근히 기다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여자의 고백은 처음 만나는 자리이거나 연애 초기일수록 남자를 더욱 당황하게 만든다. 요컨대 남자의 도전 욕구라는 것도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약해지기 마련이다. (사실, 남자는 여자들보다 싫증을 더 잘 낸다.)

 

둘의 관계가 소강상태로 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경우라면 여자의 고백은 앞의 경우보다 효과가 클 것이다. 여자의 심리만 요지경이 아니다. 여자들만큼이나 미로처럼 복잡한 것이 남자들의 심리다.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오랫동안 사로잡고 싶어하는 여성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남자를 안심하게 만들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아직 당신에게 보여주지 않은 매력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인식 시켜주자. 늘 도전욕구를 고취시킬 수 있는 여운을 만들란 말이다.

 

남자를 끄는 가장 큰 매력은 여자에게서 느껴지는 미지의 신비감이다. 꼭 알아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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