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사는 선배언니 편의점을 잠시 도와준적이 있었다.

그때...참이슬을 자주 애용하셨던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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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의점 옆에 종로김밥집이 있다.
그가게 사장님은 40대 후반에서 50대초반 정도로 보인다.
그냥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같다.
오후 4시쯤 되서 항상 편의점으로 출근을 하신다.
술이나 담배를 사서 가시는데, 술을 사서 가는 빈도수가 훨씬 많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셨다.
참이슬 한병 사서 그냥 병째로 겨드랑이에 끼고 가신다.
내가 온 첫날부터 지금까지 쭈욱 계속된다.
참이슬이 쪼금 지겨우면 막걸리로 교체된다.
저녁 8시 30분쯤 배가 고파서
가게는 잠시 알바생에게 맡기고,
김밥이나 먹으러 종로김밥집에 갔다.
우리의 사장님 열심히 둘둘둘 김밥을 말고 계신다.
뒷모습만 보인채. 얼굴은 절대 보여 주지 않는다.
다 먹고 돈내구 나오는데 나를 보며 살짝 웃으시며,
"한잔해야쥐 김이 잘 말려"
손님들은 절대 모른다. 술김에 일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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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편의점 앞에 포장마차 떡볶이가게가 있다. 여기는 여사장님이시다.
동전이 없으면 서로 바꿔다 쓰기도 한다.
친하게 지내야만 한다. 안 그러면 천원짜리,백원짜리 똑 떨어졌을때 난감해 진다.
다행히 지금은 아줌마와 매우 친하다. 정말 다행이다.
저녁 간식으로 떡볶이 사러 가면 김말이와 야끼만두를 덤으로 더 주신다.
떡볶이와 버무려 먹는 김말이 맛이란 과히 환상이다.
아줌마 음식솜씨도 일품이다. 금상첨화다.
일주일에 3일정도는 참이슬 사러 오신다.
오늘은 오후 5시경에 오셨다.
"오늘 장사 증말 않되네. 한잔 해야 쓰겄어."
그럼, 장사도 않되는데 한잔 하는건 당연한거 아니야.
손님들은 절대 모른다. 술김에 일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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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편의점이 입주해 있는 상가건물에 경비실이 있다.
우리 경비아저씨도 참이슬 팬이다.
경비아저씨는 쫌 일찍 오신다. 오후 3시경.
가끔씩 술냄새 풍기며, 미리 한잔 하구 오실때도 있다.
연세는 쪼금 들어 보인다. 한 70대 초반정도. 작으만한 체구다.
근데 이 경비아저씨 흠이라면 술값을 제때 가져오신 적이 없다.
참고로 참이슬 편의점가격이 1150원이다.
소주가 이렇게 비싼줄 처음 알았다.
왜이렇게 소주가 비싸냐며 나한테 성질내고 간 아줌마도 있다.
내가 어케 아냐고 같이 소리라도 지르고 싶지만,
이럴땐 대꾸 않하고 가만히 있는게 상책이다. 그러면 한두마디 더 하구 그냥 간다.
근데 경비아저씨는 늘 천원만 가져오신다.
주머니 뒤져서 동전 나오면 받는거구, 그렇지 않으면 천원만 받을때도 많다.
"150원 쫌 있다 갔다 줄께"
"50원 쫌 있다 갔다 줄께"
"왜 이렇게 비싸아~~. 잔돈 쫌 있다 갔다줄께"
그러면서 갔다 준적 한번도 없다. 그냥 봐준다.
그러면서 한마디 꼭 덧붙인다.
"술 사갔다구 하지말구, 음료수 사 갔다구 그래. 안 그러면 나 짤려"
그냥 웃어준다.
근데 요새 경비실장님한테 들키신 모양이다.
일주일째 편의점에 오질 않으셨다.
다음주엔 오실려나.

 

2003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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