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환상에서 벗어나자

 

물론 그녀들이 판에 박은 듯이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들에게서 첫사랑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의식중에 첫사랑의 이미지를 그리며 그녀를 닮은, 혹은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상대를 찾게되는 것이다. 마치 벗어날 수 없는 사슬처럼.

 

그런 남자들은 호감이 가는 이성을 만나게되어 연애를 시작하고 깊은 육체적인 관계를 갖게 되더라도 더 이상 감정을 진행해도 좋을지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

첫사랑의 기억이 반복적으로 재생되면서 또다시 이별을 경험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남자들의 이런 우유부단(優柔不斷)한 태도는 여자로 하여금 질리게 만들고 결국 이별선언까지 듣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남자들은 떠나는 여자를 잡아야 하는 것인지 아님 보내줘야 하는 것인지도 쉽게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후회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아직 사랑을 하기엔 이르다고 자위한다.

 

정말 웃기는 경우다.

대관절 사랑을 하기에 적당한 시기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하는가. 무슨 동물들의 교배기도 아니고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다.

사랑을 하는 시기는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첫사랑의 환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쉽사리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자신이 만든 함정에 빠져 허우적댄다.

참으로 불행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첫사랑의 기억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의 첫사랑은 미완의 상태로 끝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인간은 특정한 과제를 부여받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도중에 멈추게 되는 경우, 그 과제를 완수하려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박기 때문에 오랫동안 관제에 대한 기억이 떠나지 않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제를 완수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이완이 되고 과제에 대한 기억을 지우게 되는데 이것이 자이가르닉 효과다. 첫사랑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첫사랑의 기억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법은 있다. 자신의 기억을 수정하는 것이다.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자신에게 좋은 방향으로 기억을 수정하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 습성이 있다. (영화 '오 수정!'의 경우를 좋은 예가 나온다.)

자신의 의식 속에서 미완의 사랑을 완결시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약간의 각색도 불사하자. 추억은 추억으로 끝내자.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데 장애가 되는 추억이라면 없는 것만 못하다. 도움을 주지 못할 첫사랑의 환상은 빨리 깨버릴수록 좋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이자면 사랑은 처음보다는 다음 사랑이 더욱 아름답고 성숙한 법이다.

진화라는 단어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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