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정의찬과 정의창은 쌍둥이였다.
큰아빠인 정의찬은 민규의 삼촌이었고,
지금은 대구에 있어서 자주 얼굴을 볼수 없으며,
그리고 혼자 산다고 했다.
민규에게서 대강 들은 내용은 이러했다.

정의찬이 쌍둥이란 사실은 지영도 알지 못했다.
그냥 남자동생이 있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수 있었다.
왠지 웃음이 나왔다.
밥맛도 좋았다.
'그래...기억상실증이 아닌 이상 어떻게 나를 잊을수 있겠어...흥'
지영은 마냥 싱글벙글이었다.
그사람이 아직 혼자여서 기분 좋은 것도 있지만,
지영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해가며,
마음고생했던걸 생각하면...그냥 어이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며칠 후...
갑자기 비가 내렸다.
수업을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어린이집 입구에서 우산을 털며 걸어 올라오는 민규아빠를 만났다.
특별히 건넬 얘기도 없었고 해서, 계단 중간쯤에서 둘은 서로 가벼운 목례정도만 하고
스쳐 지나갔다.
서너계단을 내려 갔을까...?
'지영아...' 뒤에서 민규아빠가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지영...나... 의찬이야...'
지영은 발걸음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기억하겠니?? 나... 의찬이야...'

그때, 의찬을 발견한 민규가 뛰어 오고 있었다.
'삼촌...'
민규아빠...아니...정의찬 목에 매달리며 좋아했다...
'민규야...가서...가방 가지고 와...'
'왜...삼촌??'
'할머니가 병원에 가셨어...거기 가야되...'
'네...'

민규는 다시 어린이집으로 들어 갔고,
정의찬은 계단을 내려와 지영과 마주섰다.

'잘 지냈니??'
'응...'
'의창이한테 얘기 들었어...'
'그래..'
'엄마가 계단에서 잠시 삐끗하셨어...'
'...'
'서울 본사에 일도 있고...겸사겸사...민규 데리고 병원에 갈려고...'
'그래...'
'하나도 변한게 없네...'
'...'

이때, 민규가 내려왔다.
'우산 있니...?...갑자기 비가와서...'
'가져왔어...'
'여전하구나...그 준비성...'
'먼저 갈께...민규야... 잘가...목요일에 보자...'
'선생님...안녕히 가세요...'
지영은 민규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의찬을 한번 쳐다 본후, 어린이집을 나왔다.

정류장으로 향하는...
2차선 도로 길가에 늘어선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잎들이 노란 카펫을 깔아 놓았다.
지영은 카메라가 있다면 찍어두고 싶었다.
매년 가을마다 보는 풍경이건만,
오늘따라 더 운치있어 보였다...

5분쯤 걸었을까...자동차가 멈춰섰다...
의찬과 민규가 타고 있었다.

'전화해도 될까...??'

의찬이 말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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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다음날...
눈을 떴다. 왠지 몸이 이상했다.
늦잠을 잘 수도 있는 일요일 아침이건만, 추워서 잠을 잘수가 없었다.
엄마와 새벽에 목욕탕에 다녀 왔지만
지영의 몸상태는 여전했다.

'밥먹고 한숨 자고 나면 나아지겠지.'
지영은 서둘러 밥을 챙겨 먹고 다시 침대로 갔다.
....
....
....

얼마나 잤을까....
아까보다는 한결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지영은 물통하나 들고 약수터로 향했다.
어제일이 하나둘 스치듯이 지나갔다.

정의찬을 만났다. 그의 가족들도 만났다.

지영은 6년전의 그사람을 만났지만,
정의찬은 자신의 아들을 가르치는 현재의 선생님을 만났을 뿐이다.

기억속의 저편에....나를 묻어둘만한....
새끼 손가락....손마디만한 작은 공간도 허용치 않았다니....씁쓸했다.
그래...그냥 잊혀진 존재로 남기로 하자.
그래...잘 살아라...나도 잘 살으마...

저녁때쯤 지영은 친구 인숙이와 술한잔을 기울였다.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소주 한잔...
소주 두잔...
소주 세잔...
소주 반병...
소주 한병...
못먹는 술은 아니었지만 왠지 취기가 빨리 느껴졌다.
더 먹고 싶었지만...애기 엄마인 인숙을 더 잡아둘수가 없었다.

'지영아...결혼하면 안정된다고 하잖아...그 이유가 뭔지 아니?'
'뭔데??'
'지금 니가 겪고 있는 마음 고생을 안해서 좋다고 해서 그런거야.'
'...'
'이젠 이사람이 내사람일까?? 저사람이 내사람일까?? 고민안해도 되잖아.'
'...'
'너 한테 미안하지만...나로서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 고민은 되지 않는것 같다.'
'...'
'그냥 너 넋두리로 들어만 줄께...그리고 그냥 속 편하게 잊어버려...'
'...'
'서운하니?? 나도 이젠 연애감정따윈 잊고 산다...아줌마 다 됐지.'
'...'

상황이 역전이 됐다. 인숙의 넋두리를 지영이 듣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인숙이가 화장실에 다녀 오겠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가을 바람이 차갑게 스치고 지나간다.

지영은 핸드폰을 꺼냈다.
지영은 의찬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나 지영인데...기억하겠어?'
'네?'
'나 지영이라구...서지영...'
'누구신지?'
'진짜 너무하는군...민규가 다니는 어린이집 컴퓨터 선생님이라구 하면 알아듣겠어?'
'컴퓨터 선생님이요...아...네...안녕하세요..무슨 일로?'
'무슨 일로?? 야 정의찬...너 진짜 나 몰라?'
'민규 컴퓨터 선생님...'
'머리가 나쁜거니? 일부러 모른척 하는 거니?'
'저...무슨 일로...'
'석구오빠가 너랑 나랑 소개팅 시켜 줬잖아!!'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뭐!!!'

인숙이 다가왔다.
'얘...가자!!'
지영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순간이었다.
찰나였다.
'내가 지금 뭘 한거지...'
지영은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
'정의찬한테 전화를 하다니...'

지영은 내내 후회를 하면서 지냈다.

목요일...컴퓨터 수업시간.
민규를 쳐다볼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민규지만, 왠지 모든걸 다 알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지영은 제대로 수업을 진행할수 없었다.
말도 헛나오고...
목소리도 두개로 나오고...
민규눈을 애써 피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을 반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을때,
민규가 다가와서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컴퓨터 선생님...아빠가 이거 선생님 드리래요...'
'뭔데??'
'몰라요...'
민규는 편지봉투를 지영이 받자 마자 친구들에게 갔다.

지영은 봉투를 열어보았다.
명함한장과 메모지가 함께 들어있었다.
'혹시...선생님께서 제형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그래서 형 명함도 동봉합니다.'
지영은 명함을 보았다.
'롯데리아 대구 지사...과장...정 의 찬'

민규가 아들이 아니라 조카란 말인가???
아무튼 민규가 정의찬과 관계되는 것은 확실했다.

지영은 민규가 앉았던 컴퓨터를 다시 켰다.
다행히도 그림판에서 가족들 이름을 썼던 화일이 저장되어 있었다.

파일...
열기...
화일명... 민규네가족.bmp

모니터에 민규가 썼던...아니 그렸던 가족들 이름이 나타났다.
글자가 너무 컸다.
스크롤바를 내렸다.

정민규

김선미

그리고

정...
의...
창...

분명..

'정의찬'이 아니라 '정의창'이었다.

그때 민규가 아빠이름을 적을때 '정...의...차' 까지 보고는
지영 스스로 놀라 마지막 글자를 끝까지 않보았던 모양이었다.

모니터에는 분명...

'정의창'이 쓰여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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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린이집에서 부모님 참관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요즘은 유치원,미술학원,어린이집 할것 없이
아이들 관련 교육이 많이 확대된듯하다.
영어강사, 발레강사, 체육강사, 한문강사, 컴퓨터 강사등등.
대학교 못지않게 외부강사를 위탁해서 교육하는 곳이 많이 있다.
거의 필수다.

아니나 다를까...
새샘어린이집도 외부강사가 강의하는 과목을 대상으로
부모님 참관수업이 있다고 했다.
2주후 토요일에 할 예정이니 준비를 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지영은 알았다고는 했지만,
수업보다는 정작 '정의찬'에게 신경이 더 쓰였다.
그사람이 올까...??
토요일 오후에 참관수업을 하는 이유가 다 있겠지.
지금은 아이들 교육에 부모가 많이 참여한다고들 하지.
지영은 얼마전...
오빠가 조카들 재롱잔치에 가서 비디오 찍는다고 캠코더를 장만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확률은 50%다.
만날 경우를 대비하자.

어떻게 인사를 할까..??
먼저 아는척을 해야 하나..??
와이프한테도 인사를 해야 하나..??
무슨 말로 인사를 하지..??
민규가 아들이었냐고...어~~머~~..몰랐다고 할까..??

지영의 머릿속은 다시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더이상 노래질수 없을정도로 노란 은행잎이 약간의 바람에도
연약한척 나부끼고 있었다.
총명한 가을날씨는 한층 지영의 마음을 열받게 만들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지영의 시선은 모든것을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원장님께서 이미 학부모가 앉을 자리를 정돈하고 계셨고,
선생님얼굴이 잘 보일수 있도록 자리배치를 했노라며....
지영의 속도 모르는 원장님은 '잘 좀 부탁합니다'라는
말도 곁들이셨다.

학부모들이 한두명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고모, 이모,
사촌, 삼촌, 큰아빠, 큰엄마.....등등
서로들 반갑게 인사들을 나눈다.
'안녕하세요...찬미엄마에요...'
'네. 안녕하세요...저는 다빈이 엄마에요. 다빈이가 찬미랑 제일 친하대요...'
'언제 점심이나 같이 해요...'
'그래요...집도 가까운데...'
'이쪽은 애 아빠에요...'
'안녕하세요...'
다들 처음 만나는 엄마들 아빠들 이지만, 서먹한 시간은 잠시 스칠뿐이었다.
자식들이 친구면....부모들도 친구가 된다지 아마...

40분의 수업이 시작됐다.
정의찬의 모습은 아직까지 보이질 않았다.
30분쯤 지났을까??
와이프로 보이는 여자와 민규 할머니쯤으로 보이는 분과 함께 있는 모습이
지영의 눈에 들어왔다. 순간 지영은 보드마카를 떨어 뜨렸다.

과연을 나를 알아볼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를 의식하고 있지는 않은듯 해 보였다.
그렇다면 나를 모를는 거야...
잊혀진 여자가 제일 불쌍하는 말도 있는데...
그럼 내가 제일 불쌍한 사람이 된거야...

어쨌든 수업은 끝이 났고, 학부모들은 박수를 쳐 주고 있었다.
원장님은 다음은 영어연극시간이라며, 옆 교실로 학부모들를 안내하면서 빠져 나갔다.
지영은 의자에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때, 민규가 지영을 불렀다.
'컴퓨터 선생님....우리 할머니, 엄마, 아빠에요...'
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애써 웃음 지어보이며 말을 했다.
'안녕하세요...'
'민규가 워낙 컴퓨터를 좋아해서요...컴퓨터 시간이 제일 좋대요...'
'그래요...민규가 컴퓨터를 잘해요...근데 너무 많이 시키지는 마세요...'
'네...그렇게는 하고 있는데...워낙 애가 게임을 좋아해서...'
'.....'
'.....'
잠시 침묵이 흘렀고....
민규네 식구는 옆강의실로 갔다.
그떄도 여전히 정의찬은 민규를 흐뭇하게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정말로 나를 잊은걸까??
정의찬의 얼굴에는 약간의 당황스러운 표정도 없었다...
오로지 민규가 대견스럽다는 표정뿐....입가에 미소뿐...
눈물이 나오려 했다.
서둘러 컴퓨터실을 정돈하고, 어린이집을 나왔다...

하늘이 높다.

하늘이 파랗다.

지나가는 구름이 이쁘다.

날씨까지도 지영을 위로하려 들지 않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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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먼과거의 일이고, 이젠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라고 지영은 스스로에게 자꾸 위로를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도 만나고...김선미라는 여자와도 만나고...
1년을 끌었으니...한쪽을 정리해야 겠다고 생각을 했을것이고.
그게 나라니...
지영은 약이 올랐다.
이제 어떡할까...
민규한테 아빠전화번호라도 물어볼까...
전화해서 한바탕 욕이라도 해줄까...
그래...지금 그렇게 행복하냐...
나..원...참...어이가 없네...등등

지영의 머릿속은 온통 정의찬에게 내뱁는...
혼자서만 알수 있는 말로 가득찼다.

지영은 '정의찬' 아니 민규아빠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야 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쯤이야 우습지...

월요일...수업시간
'얘들아...오늘은 컴퓨터로 명함한번 만들어 보자...'
'선생님 명함이 뭐예요??'
'음...명함은 말이지...자기이름이랑 전화번호를 적어서 갖고 다니는 작은 종이야'
'왜 갖고 다녀요??'
'음...친구한테 우리집 전화번호 알려주려고...'
'왜 알려 줘요...??'

아이들의 황당한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아무래도 오늘은 명함만들기가 힘들것 같다.
그래서 지영은 아이들에 숙제를 내기로 한다.
'선생님이 명함 만들어 줄테니깐, 전화번호 꼭 적어와야 해...'
'엄마가 핸드폰으로 전화하라고 했어요...'
'그래...선생님이 엄마핸드폰...아빠핸드폰 둘다 프린트해줄테니깐...다 적어와...알겠지...얘들아!!!'
'우리 엄마는 핸드폰 없어요.'
'괜찮아...아빠핸드폰전화번호만 적지 뭐...'
'네 네 네 네'

전화번호를 알고 난 후 어떡할까??
진짜 전화를 할까...??말까...??
지영도 망설였다.

목요일...수업시간
민규는 다행히도 엄마,아빠 핸드폰전화번호를 다 적어왔고,
지영은 정의찬 핸드폰전화번호만 메모를 했다.

언제 전화를 하지...
점심때 할까...........(점심먹은거 다 체해라)
저녁때 할까...........(꿈자리가 뒤숭숭할껄)
월요일에 할까.........(일주일을 확 망쳐버릴껄)
금요일 저녁에 할까...(주말이 고단할 것이다)

근데...
전화해서 뭐라고 한다고 했지...??
잘 지내냐고...(이건 의도했던 바가 아니다)
너 어떻게 양다리를 걸칠수가 있니...(애들도 아니구...내가 너무 유치하다)

틈만 나면 이것저것 잡념들로 가득찮던 머리속을...
이게 아닌데...하며
결국 지영은 전화하는 것을 포기했다.

컴퓨터 시간이 제일 좋다는 민규얼굴을 생각하면,
그냥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 가정에,
괜히 파장을 일으키고 싶지가 않았다.

그저 그런 기억의 저편에 서 있었던 사람으로 기억하자.
잊혀지지 않는데도 할수 없는거고..
그냥 웃고 있는 민규얼굴만 생각하자..

한때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내 인생 테두리안에 있었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내 인생에서 제외시켜도 무방한 사람이 되어버려잖아.
지금에 와서 내인생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려잖아.
인연이란...
처음이 아닌...끝에 하는 말이라잖아.
그래...인연이 아닌가 보다...

지영은 속이 쬐끔은 쓰리지만, 포기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니깐, 민규도 대하기가 한층 수월해지고 있었다.

근데...
정의찬을 만나야 될 상황이 생겨버렸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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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7년전. 27살. 그해 가을의 끝자락.
사촌오빠의 소개로 그사람을 만났다.
첫느낌도 싫지 않았고...자연스레 다음 만남도 약속을 했고,
그러다 연인이 되었다.
집에서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엄마가 재촉을 했다. 집에 한번 데려와라...등등
결혼한 친구도 보자고 했다. 궁금하다고...등등
이런것들이 부담이 된 모양이었다.
그냥 그렇게...갈라섰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자나이 27살이면 한창인데 부담스러워할 만도 하다.


근데 6세반 민규가 그사람과 닮았다. 완전 축소판이다.
그럼 어떻게 된거야. 나랑 헤어진건 28살 초겨울이었잖아.
민규가 6살이니깐...나랑 헤어지자 마자 결혼한거야???
민규가 허니문 베이비...
그럼 또 어떻게 된거야...민규엄마를 언제 만나서 결혼한거야??
아무리 선봐서 결혼한다고 해도 한달만에 결혼성사가 되는건 무리인데...
시간상 너무 촉박한 간격인데...
그럼 또 뭐야....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거야???
어우~~~씨.....순 바람둥이였던거야???


여기까지 지영의 알리바이는 완벽했다...
이제는 민규의 아빠가 '정의찬'이란 사실만 알아내면 되는 거였다.
이미 '정'씨라는 성은 같다.

목요일...다음수업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이번에는 그림판에서 가족들 이름을 써보자고 했다.
지영은 아이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도와주고 있다.
그러면서,
민규가 쓰는 아빠이름에 온 시선이 집중되었다.
아니겠지...아니겠지...설마....
지영은 스스로에게 안심을 시키고 있었다.
만일 민규가 아빠 이름을 '정의찬'으로 쓰다면...
그럼 그때 그사람은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게 분명해 진다.
어떻게 나랑 헤어지자마자 결혼을 해서 아들까지 낳을 수 있었을까??

민규가 그림판에서 가족들 이름을 쓰기 시작한다.
먼저 자기 이름 '정민규'를 쓴다.
그 밑에 '김선미' 라고 쓴다.
지영이 가까이 가자,
'우리 엄마 이름이에요.'....친절히 설명까지 곁들인다.
'잘했어...민규야...그럼 그 밑에다 아빠이름도 써봐...'
지영은 은근히 민규를 채근했다.

민규가 아빠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정.......(여기까지는 확실한 거고)
ㅇ.......(이응을 쓰다니)
으.......(자리를 뜰수가 없었다. 지영은 민규뒤에서 꼼짝하지 않고 모니터를 뚤어져라 응시했다.)
의.......(세상에)
ㅊ.......(세상에나)
차.......(지영의 알리바이가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지영은 더이상 모니터를 쳐다볼수가 없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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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둘러 집을 나선다.
요즘은 유치원에서도 컴퓨터 교육을 하는 곳이 많아졌다.
너무 이른것은 아닐까 하는 맘도 들었지만,
컴퓨터가 일상이 되어버린 아이들이기 때문에
어차피 할거라면 차라리 체계적으로 교육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월요일, 목요일 일주일에 두번 교육을 하는 어린이집이다.
오늘은 뭘 가르쳐 줄까?
특별히 전문적인 내용은 필요치 않다.
전반적인 컴퓨터 사용법, 용어, 키보드 연습등등.
6세반.
처음 만났을때부터 왠지 낯이 익은 남자아이가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것 같은데...
누구지...
하지만 결론은 금방 났다.
6년전 헤이진 그사람을 많이 닮았다.
어디가 어떻게 닮았는지 구석구석까진 아니더래도 왠지 분위기가 그렇다.
혹시하는 맘이 들었다.
그러다....설마 하는 맘도 들었다.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남자든 여자든...
자신이 좋아했던...그게 짝사랑이든, 사랑이든
절대 잊혀지지 않는 것 같다.
초등학교때 부터 시작된
그 누군가를 향한 설레던 그 감정의 대상들은 잊고싶어도 잘 잊혀지지 않는 듯하다.

근데
그 사람과 왜 헤어졌더라??
동갑이었다.
나는 그때 결혼을 생각했었고, 그사람은 생각을 안했고.
나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가 보였다.
연락이 뜸해지고....나도 자존심이 상하고....
그냥 그렇게 헤어졌던것 같다.

6세반 컴퓨터 수업시간.

정민규....자꾸 눈길이 간다.
"그림판에서 자기 이름 써보자...예쁘게 쓴 어린이는 선생님이 종이에 찍어줄꺼야."
아이들이 자기 이름을 쓰기 시작한다.
'선생님...잘 않돼요'
'다시 한번 해보자. 선생님이 도와줄께.'
비뚤비뚤하지만 아이들은 열심히 한다.
지영은 아이들이 컴퓨터로 쓴 각자의 이름을 일일이 A4용지에 출력해 준다.
'문주 너무 잘했다.'
'민규야!!꼭 방에다 붙혀놔. 알았지'
아이들은 프린트되어서 나오는 자기의 이름이 신기하고, 마냥 재미있어 한다.
'자!! 얘들아 다음에는 엄마 아빠이름도 써보자. 다음에 올때는 꼭 엄마 아빠이름 알아와. 알겠지'
'네 네 네 네'

다음수업시간.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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